김종근 미술평론가, 홍익대겸임교수
중국 고대 성현인 장자의 사상은 유(遊)를 최고의 경지로 두고 사람들은 마땅히 그것을 얻기 위해 수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요유>의 유희가 바로 바람처럼 자유로운 정신적인 자유임은 분명하다. 장자의 유는 진정 세상 밖에다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노니는 것 즉 유심이라고 했다.
김초혜의 작품의 근원은 여러 가지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아마도 장자의 소요유에서 출발한 것처럼 보인다. 2007년 작가는 <소요하다>, 그리고 2009년 <유(遊)_유(遊)>, 2011년 <달하 높이곰 도다샤> 등 일련의 장자풍의 내면 시리즈 작품을 지속해 왔다.
사실은 이 모두가 산책과 소요라는 묘한 우연의 일치처럼 명상적 태도를 지닌 세계로 이어진다. 귀로 듣지 말고 모든 것을 마음으로 듣고 기(氣)로 들으라는 이 높은 철학적 사유의 화두가 김초혜의 작품 내면에 스며있음을 우리는 발견한다. 커다란 백자의 도자기에 일렁거리는 나무의 몸짓 그리고 아름다운 꽃나무들이 그의 화폭에 젖어있다. 이 말할 수 없이 서정적인 풍경들은 한없이 고요하고 조용한 움직임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지만 작가는 그것을 헤아리는 심정으로 담백하게 그리고 관조적으로 담아낸다. 분명 그것은 너무 담백하여 작가의 진실한 내면의 감정을 헤아리기 힘들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자신의 감정을 잘 갈무리해서 비록 그것이 슬픔이나 상처라도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이 곧 그의 그림이 되길 원한다. 이처럼 작가는 그녀의 회화작업 안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자연과 나무를 도자기에 드로잉하면서 절대적인 휴식과 위안이 필요한 우리 인간들에게 힐링 할 것을 요구한다. 나무의 향기와 차의 향기가 가득한 시간 속에서 소요逍遙하듯 자연을 거니는 순간을 바라는 작가의 열망과 의미가 유(遊)의 정신 속에 담겨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지금까지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시키는 일이고, 위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을 담아내려는 작가의 예술의지 속에는 그러한 삶의 지친 무게와 슬픔이 베여있다. 그것은 그의 상처이기도 하고 우리가 인간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상처와 외로움을 가지고 사는 삶의 무게이다. 작가는 명백하게 그림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같이 위로하고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앙리 마티스가 그의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주는 진정제 같은 역할을 하는 그림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김초혜는 이러한 마음과 심경으로 손으로 만든 세라믹 작품들을 제작했다. (handpainting ceramics). 예술과 생활의 경계에서 대중 속에 자신의 작품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들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기를 바라는 용(用)의 간절함에 도달하는 행위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작업에 대한 작가 노트와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작업에 대한 노트에서 자신의 번민을 토로하고 있다.
예술이란 이렇게 명료한 입장과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무엇인지 정리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길어 올려야 하는 절대 행위이다. 그 공간과 강박관념에서 작가는 벗어나고 싶어 한다.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요의 철학과 조형 정신, 그것이 김초혜의 소요의 특징인지 모른다.
작가는 “그림은 내 안의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물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물은 작가에게나 많은 사람들 누구에게나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작업이어야한다고 자신의 열정을 쉼 없이 담금질 한다. 그의 간절한 조형의지는 사실 직접 명상하고 소요하는 차원에서 점점 벗어나 이제 그녀는 높은 곳에서 그러한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트라우마를 성찰하고 관조하고자 한다. 적지 않은 그의 작업 속에 담겨있는 그 마음들을 그는 스스로 위로 받길 꿈꾸고 있다. 그것은 그 안에 작가의 모습과 그림자로 나타난다. 이제 그녀는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무게와 슬픔 혹은 상처, 혹은 외로움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감정을 전해주는 힐링의 화폭이길 기원한다.
그것은 삶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이 온통 작품에서 묻어나는 그런 진정제 같은 그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것이 그릇이든 아니면 화면에서든, 어쩌면 우리는 그의 그림을 마주하면서 아침에 눈을 뜨고 느끼는 햇살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길 희망한다. 마음의 흔들림을 그녀 그림의 도자기와 교감하며, 우리는 하루의 감정이 잘 묻어나는 감성이 잘 버무려진 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다.